'2009/08'에 해당되는 글 3건

  1. Stand Alone (2) 2009/08/30
  2. 자취인 유해업소 (2) 2009/08/25
  3. 아무도 관심조차 없었던 스키점프 이야기, 영화 '국가대표' 2009/08/17
스물여덟, 이제까지 난 계속 혼자 살아왔다.
그 '혼자'라는 건 여자친구가 없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지만 굳이 그것만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지금도 난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이루며 살고 있지만
내 입장에서 봤을 때 난 계속 혼자인 채로 살아왔다.
(부모님을 제외하고)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능력이 아닌 인간적인 면에서
꼭 필요한 사람은 아니었고, 나 또한 다른 사람들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살아왔다.
필요에 의해 인간관계라는 것이 결정된다는 게 생각해보면 조금 슬픈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따지고 보면 나에게 다른 사람들이라는 존재는 같이 있어주면 좋은 거고 없더라도 큰 문제는 없는
그런 존재들이었던 것 같다.
적어도 난 계속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지금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하지만 곧 서른이라는 나이가 다가오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제 내 주변의 사람들은 나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는 아닌 것 같다.

내가 그걸 느끼게 된 건 불과 얼마 전부터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정말 '차로 1시간 거리 이내에 만나서 이야기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외딴 곳이어서일까.
집에 앉아있다 보면 문득 다른 사람이 생각나고, 그들이 내 주변에 없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게 만든다.
그리고 또 그들이 내 필요에 의해 내 앞에 나타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괴롭게 만든다.
스물여덟. 사랑이 아닌 사람에 대한 외로움이란 걸 이제서야 알았다.

문제는, 이제까지 내가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았던 터라
이젠 다른 사람들이 필요해져버린 이 시점에도 그들을 내 맘대로 나타나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그들을 굳이 가까이에 두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움직임에 반응을 해 주는 것이 바로 앞에 있는 누군가가 아닌
모니터 건너에 있는 누군가거나 그것도 아니면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컴퓨터 알고리즘밖에 없다는 사실이
정말 미친 듯이 슬프다.

난 왜 이제까지 꼿꼿이 홀로 서 있으면서 외롭지 않은 척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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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니 2009/08/30 01:1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센치한 횽아 ㅠㅅㅜ

세상을 살다 보면 참 사람에게 해가 되는 업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어렸을때부터 떠올려보면, 유해업소의 대표격이던 만화방과 오락실이 있었고
(그때도 그랬었지만, 왜 만화방과 오락실이 방학 가정 통신문에 나와야 했는지
 아직도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동네 형아들이 많아서인가-_-;)
성인이 된 이후에는 각종 유흥업소나 고상하게 '무도회장'이라 부르는 나이트까지.
물론 이러한 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업주들께서는 이글을 보시면 발끈하시겠지만
세상의 눈초리들이 그런 고로 일단 '사회적 통념상' 유해업소라고 하겠다.

그런데, 자취를 하다 보면 이런 유흥과 관련된 유해업소들 뿐만 아니라
자취인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유해업소를 하나 더 만나게 된다.
그곳이 바로,














대형 마트다.(롯X마트, X마트, 홈X러스 등등)

<자취인 유해업소 1순위, 마트 - 사진은 본 포스팅과 별 관련은 없음>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있을 것만 같은(근데 또 막상 뭘 찾으려면 없는것도 꽤나 많다),
우리집과 비교하면 백만배는 커 보이는 자본주의의 결정판(응?)이자 대한민국 소비생활의 중추.
들어가기만 해도 여기저기서 고객님을 남발하며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유해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지만
자취인들에게는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곳이 바로 이 대형마트다.

자취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집구석에 들어앉아 있으면 참으로 필요한 것들이 많다.
주전부리 간식거리에서부터 무슨 세제니 휴지니 하는 생활용품을 거쳐 심지어는 속옷이나 양말까지.
그래서 마트를 자주 가게 되는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마트는 절대 내가 필요한 것만 사도록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오늘도 그러하다.
난 분명히 아침에 먹을 우유 한 통을 사러 마트에 갔다.
(사실 달랑 이거하나 사러 마트 가는것도 비효율적인 일이지만, 어차피 가는 길인데다가 동네보다 싸서 마트로 갔다)
하지만 마트에서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 나의 손에는
우유 1.8ℓ 한 통, 세개들이 참치캔 하나, 과일주스 한팩, 시리얼 한통, 과자 한봉지
그리고 외쿡 맥주 두 병이 비닐에 싸인 채로 들려 있었다.
분명히 난 5천원 안쪽으로 해결하리라 다짐하고 마트에 들어섰는데
마트에서 나오는 나의 손에 들린 영수증은 벌써 훌쩍 이만원을 넘긴 가격이 적혀 있었다.

그렇다.
마트는 절대로 내가 필요한 것만 사도록 두지 않는다.
이건 자취인이나 일반인들이나 마찬가지인 '마트의 법칙'이지만
자취인에게는 이 문제가 결코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일반 가정에서는 쓸데없는 걸 사게 되면 바로 마눌님 or 남편의 바가지가 작렬한다(고 한다-_-).
그리고, 설령 쓸데없는 걸 샀다손 치더라도 집구석에 처박아 놓으면
세상 살다가 언젠가는 쓸모있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세상에 전혀 쓸모없는 물건은 없는 것이니.
하지만 자취인은 다르다.
일단 내가 쓰잘데기 없는 걸 산다고 태클을 걸어줄 마눌님이나 남편이 없을 뿐더러
이걸 사가지고 들어오면 안그래도 좁아터진 집구석. 처박아둘 공간조차 없다.
그리고
쓰잘데기 없는 물건을 산 댓가로 다음 달 처절한 카드 명세서를 받고 통곡해야만 한다.
마트가서 1~2만원씩 사는 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그게 카드명세서로 돌아오는 날엔 러X앤X시 연체이자마냥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을 것이다.

엄마 따라 카트 밀면서 쫄래쫄래 따라다니던 그 시절엔 결코 몰랐다.
마트란 곳이 이렇게 나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존재일 줄은.

자취를 꿈꾸는 영혼들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명심하시라.
독립한다고 보증금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심하면 엄마따라 마트가는 습관부터 버려라.
엄마따라 가면 마트 무서운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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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니 2010/02/12 18:5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는 마트에 가서 필요한건만 산다구요!!
    엣헴!! 지갑이 비어서 그런건 아니라구요!!!

국가대표
감독 김용화 (2009 / 한국)
출연 하정우, 성동일, 김지석, 김동욱
상세보기


'매주마다 문화생활 하기 5탄&혼자 영화보기 2탄'으로 '국가대표'를 보고 왔다.
원래 한참 잘나가고 있는 영화는 잘 안보는 성격이긴 하지만(괴팍하다기보다는, 북적대는 걸 싫어해서)
이 영화는 평이 괜찮았던 데다가 스키점프란 소재가 상당히 흥미로워서
무려 11시 조조(잘 찾아보면 점심시간에 거의 인접한 조조도 있더군요)를 끊어서 영화를 보았다.


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훈훈한 영화였다.
사실 스토리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데다가 내용 역시 생각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스포츠라는 소재의 힘이었을까? 마지막 부분으로 갈 수록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교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슬램덩크'만화책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슬램덩크 만화책을 보며 -다 커서도-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자주;; 있다)
아마 신파성 스토리에는 눈하나 꿈쩍하지 않을 강철 같은 감성의 남자들에게도 꽤 큰 감동으로 다가왔을 거라는 생각.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훈훈한 영화였지만, 은근히 딴지쟁이이자 디테일에 심하게 신경쓰는 내 입장에서는
보는 동안 아쉬웠던 장면들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었다.
(혼자 영화를 보러 가서 특별히 시니컬하게 영화를 봤는지도 모르겠다;)
먼저, 팩션을 표방하는 영화치고는 화면이 시대재연에 좀 인색했다.
특히 디지털 상영관에서 봐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중계자막이 너무 깨끗했다'
가끔 자료화면으로 나오는 98년경 티비의 자막을 보라. 그때는 디지털방송이 없을 때라 아날로그 방송에 맞추어진
큼지막하고 투박한 자막과 오버레이 CG들(등수나 경기정보를 알려주는 그래픽들)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중계CG는 누가봐도 2009년판이 확실한 뚜렷하고 선명한 그래픽 효과를 보여준다.
물론 이건 논란의 여지가 있는 딴지이긴 하다. 굳이 그렇게 오래된 티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영화 초반에 실화를 기반으로 하였다고 한 데다가 중간중간 실제 날짜까지 나오니 나처럼 98년의 그때를 기억하는
관객들을 위해 조금 더 세심한 데다가 신경을 써 줬으면 어땠을까.
풀 사이즈의 오버레이 화면을 98년 스타일로 구질구질하게 만드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지금 영화처럼 화면 전체를 TV화면처럼 써서 오버레이를 깔 것이 아니라
그냥 TV 화면이 보이는 정도로만 처리해줄 수는 없었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98년 당시의 중계 화면. 해상도를 감안하더라도 지금보면 많이 조악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 '국가대표'의 중계 화면. HDTV급의 자막이다.>


그리고 대회에서의 스키점프 활강 장면.왠지 CG티가 너무 팍팍 나서 살짝 거부감이 들었다.
특히 활강대 측면에서부터 안쪽으로 들어가는 앵글은 너무CG티가 나서
잔뜩 긴장되어야 할 점프 순간에 몰입을 방해하고 말았다.
점프하고 나서 공중에 머무는 동안 멀리 보이는 관중들과 선수가 함께 보이는 장면은
정말 영화의 백미라고 할 정도로 장관이었지만,
상대적으로 점프하기 전 활강 장면은 개인적으로는 살짝 거부감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캡쳐가 좀 알아보기 힘들게 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명장면이었던 듯>



뭐 리얼리티 면에서 (개인적으로는) 약간 아쉬운 점도 보였지만, 뭐 이 정도는 일부 마이너리티의 딴지에 불과할 터.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아주 훈훈한 영화라 할 수 있겠다.
리얼리티를 따지는 건 내가 애시당초 영화를 보러 들어가면서
스토리보다는 경기장면을 기대하고 들어갔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커플끼리 (영화선택 때문에)싸우지 않고서도
쌍쌍이 보러 들어가서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남자들은 그 역경을 이겨낸 승리자의 스포츠 정신에 감동할 것이고,
여자들은 그 저변에 뿌려져 있는 에피소드에 감동할 것 같으니까.




* 이미지 출처:
1. 98년 중계화면 - http://blog.naver.com/kimcarving?Redirect=Log&logNo=60039203799&vid=0(동영상 캡쳐)
2. '국가대표'영화 장면 - '국가대표' 티저 영상 및 공식 트레일러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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