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데도 일이 많아서 휴일근무를 하고 퇴근하는 길이었어요.
원래 버스타고 집에 가도 되는 길인데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다니 조문이라도 한번 하고 가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걸어서 퇴근길에 올랐어요.
뭐 인터넷 뉴스를 보아하니 조문을 허용한다는 말도 언뜻 보이고
또 그깟 조문하는게 무슨 큰일이라고 조문하는것까지 막을까 해서
(전 촛불만 안 들면 안잡아가는 줄 알았답니다)
한국은행을 지나 시청으로 가는 길을 천천히 걸어갔답니다.

그 말로만 듣던 유명한(?) 북창동 골목 옆길을 지나 숭례문쪽에서 오는 큰 길로 나와 횡단보도 앞에 서는 순간

그야말로 저글링과 같은 경찰 떼를 보았어요.

<2009년 5월 24일 22시경 서울 시청역 근처. Image by Google Earth>



전국에 있는 경찰이 시청 앞에 다 와 있는 것처럼 끝도 없는 경찰떼가 저 코딱지만한 구역에 몰려 있었어요.
덕수궁 앞쪽은 보이지도 않고(원래 횡단보도 건너다 보면 덕수궁쪽이 슬쩍 보이는데, 경찰 땜에 보이지가 않더이다)
앞에 있는 경찰만 해도 뻥 좀 보태서 수천명은 되는 거 같았어요.

큰길의 횡단보도를 지나 북쪽 횡단보도(노란선에서 위로 올라가는 경로)를 건너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건너편에서 보호장구를 갖춘 경찰이 줄맞춰서 이쪽을 꼬라보고 있었어요.
맨 바깥쪽에 있는 경찰들은 방팬지 뭔지 하여간 그런걸 들고 서 있고, 그 뒤쪽 열에 있는 경찰들은
군대에서 쓰던 등짐펌프(산불나면 물뿌리라고 나눠주는 제초제 살포기 같이 생긴 물뿌리개가 있답니다) 같이 생긴 걸
등에 매고 쭈루룩 서 있더라구요.
ㅅㅂ 저게 최루탄일까 그냥 물일까 아님 무슨 괴상한 화학약품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그 다쓰베이더 같은 하이바의 물결을 본 순간 조문 생각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고 말았답니다.
평소엔 순찰하는 경찰 두명이나 보면 경찰 많이 본 건데
대한민국 경찰 다 있는 거 같은 델 뚫고 들어갈 용기가 없었어요.
저 퇴근경로의 북쪽으로 올라가는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옆에 아저씨는 오토바이 하이바를 쓰고 촛불을 들고 계시더라구요.
진짜 단단히 대비를 하고 나오신 것 같았어요.

전 잠깐 그 경찰의 바다 속으로 들어가볼까 하다가
내일 출근 생각에 프로젝트 생각, 살짝만 건드려도 부러지는 약한 뿔테 안경 생각, 가방 안에 들어있던 PSP 생각 등등
온갖 생각이 다 들어 결국 들어가보지는 못했답니다.
뭐 들어가보려고 했더라도 그 경찰떼들이 길을 열어주지는 않았겠지만요.
(하도 많아서 경찰 사이에 틈이 거의 없을 정도였으니깐요)
그래도 길이 그쪽인 터라 그쪽으로 가긴 가야겠는데
경찰떼들이 점거해버린 인도로는 지나가지 못하고
횡단보도를 건너 옆의 차도를 걸어가 퇴근길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경찰들이 그렇게 많은데 그 옆에서 전 당당히 교통법규 위반을 하면서 지나간 것이죠.
인도에서 벗어나면 집시법 위반이라더니, 인도를 경찰 떼가 뒤덮고 있으니 인도를 안 벗어날 도리가 있나요.

그렇게 저는 그 수많은 경찰떼를 뚫고 조문은 커녕 촛불한번 들지 못하고
대한항공 건물 근처에까지 삼삼오오 모여있는 경찰들을 슬쩍슬쩍 바라보며 그곳을 벗어날 수밖에 없었답니다.
























ㅅㅂ 왜 멀쩡한 사람을 겁쟁이 만드냐.
내가 무슨 이명박 죽이러 간 것도 아니고, 그냥 지지했던 대통령 조문 한번 하겠다는데 그렇게 겁을 주냐 ㅅㅂㄹ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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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mephisto9.tistory.com Demian 2009/06/04 07:4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에휴...갑갑하기만 하네요.ㅠㅠ 정말 저글링같은 경찰떼네요. 쩝.,,,
    (근데 블로그 스킨 너무 예뻐요~~~+_+)

    • Favicon of http://drunkenstein.pe.kr drunkenstein 2009/06/04 16:40  address  modify / delete

      그래도 드디어 오늘 경찰버스가 철수했다니 다행이지요.
      항상 퇴근길에 주욱 늘어선 경찰버스가 눈에 거슬렸는데..

      그리고, 스킨은 원래 다른 스킨이었는데
      배경이미지가 너무 마음에 드는 게 있어서 배경이미지만
      살짝 바꾼 거랍니다~
      근데 지금은 배경이미지 만드신 분 블로그가 없어진거 같아요;;

<어디선가 퍼온 사진. 이 정도 저작권 침해는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내 손으로 뽑은 최초의 대통령, 노무현.

군생활 중이던 2002년, 군생활을 줄여 준다는 공약에 넘어가 별 망설임 없이 선택한 대통령, 노무현.
(당시 이회창 후보는 26개월이던 군생활을 18개월로 줄여준다고 하였고, 노대통령-당시 후보-은 24개월로
줄여준다고 했다. 오랜 심사숙고 끝에, 18개월은 현실성이 없다는 판단 하에 노대통령을 선택했다)

2004년 친구의 학군사관 임관식 때, 먼 발치에서 한번 뵌 적이 있는 내가 직접 본 유일한 대통령, 노무현.

나에게 탄핵이라는 단어의 뜻을 알게 해 준 대통령, 노무현.

나와 아버지의 정치적 견해가 처음으로 갈라서게 만든 대통령, 노무현.

생애 최초로 정치인 구경(봉하마을)을 가 볼까 잠시나마 생각하게 만든 대통령, 노무현.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을 하기에는 너무 시대를 앞서 당선되었던 대통령, 노무현.

제발 봉하마을에서는 편히 쉬기를 바랬던 대통령, 노무현.

내가 지지한 유일한 대통령, 노무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세상에서는 제발 편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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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mephisto9.tistory.com Demian 2009/05/24 07:1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믿기질 않습니다. 울었다 말았다 종일 멍하니 있네요. 제가 선택한 대통령, 제가 지지한 유일한 대통령이었는데.......이 세상에 다시없는 정치보복, 언론조종으로 죽음을 맞은 노무현 대통령이 고통도 외로움도 없는 하늘에서 편히 쉬길 바랍니다.ㅠㅠ 이명박 물러가라!!!!!!ㅠㅠㅠ엉엉..ㅠㅠ

    • Favicon of http://drunkenstein.pe.kr drunkenstein 2009/05/24 12:36  address  modify / delete

      오늘 아침에 버스를 타고 시청앞을 지나가는데
      경찰 버스가 빼곡히 길을 막고 서 있더군요.

      씁쓸합니다.

며칠 전, 회사 직속 상사가 보이스피싱에 걸려 200여만원을 사기당했다.
회사 상사인데다가 과장급 직책을 가진 직장여성이기에 보이스피싱에 당할 거라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는 사람인데
덜컥 당해버렸다. 그것도 내가 보는 바로 앞에서.

사건경과는 이렇다.
먼저 ARS로 전화가 왔다.
우체국인데, 반송된 물건이 있으니 찾아가라는 안내 전화였다고 한다.
택배나 등기가 올 일이 없었던 내 직장 상사는 '올게 없는데?'하고 의아해 하면서
ARS안내로 흘러나오는 '상담원 연결'에 별 의심 없이 0번을 눌렀다.
그러자 나타난 여자 상담원의 목소리.
물건이 뭐냐고 묻자 우체국에서 발급된 신용카드라고 한다.
그러나 카드를 발급받은 적이 없는 직장 상사는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적이 없다고 상담원에게 대답을 하고,
그러자 그 상담원은 개인정보 유출이 의심된다고 상사를 겁주기 시작했다.
발급 신청을 한 적도 없는 카드가 발급되었으니, 당연히 개인정보 유출이 누구라도 의심되는 상황.
때를 맞춰 그 상담원은 '그렇지 않아도 경찰청에서 지금 개인정보 유출건에 대해 대대적으로 수사를 하고 있는데
원하시면 연결을 해 드리겠다'고 권유를 하고,
상사는 안그래도 불안한 상황에 경찰청이라니 덥석 그래 달라고 대답을 한 뒤 전화를 끊고
얼마 후에 걸려올 거라는 '경찰청'의 전화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걸려온 정체불명의 전화번호.
(006 어쩌고 하는 번호였다는데, 이때 눈치를 챘어야 했다.
하지만 있지도 않은 개인정보 유출 때문에 머릿속은 이미 패닉상태)
대뜸 경찰청이라면서 개인정보 유출이 확실시 되고, 그렇기 때문에 '안전장치'를 설정해야 한다면서
직장 상사를 근처 ATM으로 유도한다. 물론 끊지 말라는 지시와 함께.
패닉 상태에서 경찰이라니깐 덥석 낚여버린 직장 상사는 시키는 대로 ATM에 가서
시키는 대로 번호를 누르기 시작한다.
수사를 가장해서 '통장에 얼마나 있나요'하는 식으로 통장 잔고를 알아낸 사기범은
통장잔고와 비슷한 무작위의 숫자를 불러주면서 그것을 누르라고 하고,
(나중에 확인한 이체금액은 2115158와 같은, 금액 같지 않은 숫자였다)
직장 상사는 약간의 의심이 들어서 주저주저 했는데
비밀 수사라는 말과 함께 '개인정보가 다 새나가서 통장이 다 털리게 생겼는데 날 의심하는 거냐?'는
사기범의 담대한 호통(?)에 그만 이체버튼을 눌러버리고 만다.

이체 이후에는 명세표를 찢어버리라는 둥, 다섯시까지는 주변 사람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말라는 둥
의심스런 행동이 계속 이어지자 그때서야 의심이 슬쩍 들기 시작한 직장 상사.
혹시나 해서 우체국 콜센터에 전화를 해 봤는데, 반송된 것을 전화로 안내를 하지 않는다는 말에
그제서야 보이스피싱을 알게 되고
은행 창구로 가서 급히 지급정지를 신청했지만 이미 계좌이체 직후에 돈은 인출되고난 후였다.

당하고 나서 생각해 보니, 허술한 점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당할 땐 정말 정신 없이 순식간에 당하는 거다.
하나하나 생각해 보자.
먼저, 사건의 발단인 우체국 ARS전화.
우체국 콜센터에서도 알려줬듯이, 우체국에서는 ARS로 반송안내를 하지 않는다.
등기우편에는 전화번호 정보가 없다. 그래서 등기는 수취인이 부재중일 때 우체부 아저씨가 대문에다가
쪽지를 붙여놓고 갈 뿐, 전화안내를 하지 않는다. 아니, 하고 싶어도 전화번호가 없어서 할 수가 없다.
택배의 경우에는 택배기사가 직접 본인 목소리로 전화를 해서 안내를 해 준다.
ARS로 안내를 해 주는 경우는 없는 거다.
생각해 보면 우체국에서 반송안내 전화가 올 수가 없는데, 막상 당하면 그런 생각보다 '어? 나 받을 게 없는데?'란
생각밖에 안 든다고 한다. 그러니깐 평소에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한다.

두번째, 정체불명의 전화번호.
분명히 한국 전화번호가 아닌 괴상한 번호였다.
경찰청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발신자 정보가 알려져서는 안되는 비밀 기관이라면
발신번호 제한을 해 놓으면 되는 거 아닌가?
난 그 006으로 시작하는 번호를 받았다는 게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직장 상사는 그 전화를 받았다.

세번째, 비밀수사라는데 '우체국 콜센터'에서는 그걸 어찌 알고 연결을 시켜줬나.
사기범이 상사를 낚은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가 그 '비밀수사'란 거였는데,
그거 덕분에 은행 창구가 아닌 ATM으로 가서 안전장치를 하게 만드는 트릭을 성공시킬 수 있었고
여러 가지 이상한 상황(괴상한 전화번호라던지,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한다던지 하는)을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
근데, 은행 직원에게조차도 비밀로 지켜야 할 은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걸
일개 우체국 콜센터에서는 어떻게 알고 연결을 시켜 줬다는 말인가?
정말 이건 나중에 생각해 보니 나타난 건데, 아무튼 생각해 보니 무지 허술한 거다.
콜센터는 절대로 대단한 곳이 아니다. 우리 옆집 아줌마나 누나가 박봉 받으면서 고생하는 데가 콜센턴데,
그런데서 무슨 비밀 수사대한테 연결을 시켜주겠는가.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도 한두가지가 아니고, 허술한 점도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내 직장 상사는 당해버리고 말았다.
평소에 어리숙한 사람도 아니고, 도리어 너무 똑똑해서 문제인 사람인데 말이다.
수많은 보이스피싱 사례를 접하면서 저런거에 누가 당하나 하겠지만,
정신없는 상황에서(사건 당시 일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전화 받으면 아차 하는 순간에 당하는 거다.
더군다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고 겁을 주는데, 갑자기 그런 소릴 듣고 평상심을 유지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그래서, 주변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참으로 나도 후회스러운게 분명 그 전화를 받고 있는 순간에 내가 옆에 있었다.
처음에 우체국 반송 이야기를 하고 있길래'우체국에선 반송되도 전화 안하는데요'라고 참견을 하려고 했었다.
그렇지만 워낙에 뭐 그런거에는 똑부러지는 사람이라 알아서 하겠지 해서 그냥 넘겼다.
더군다나 얼마 후에는 경찰과 통화를 하고 있으니, 알아서 잘 해결됐구나 하면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 두 번의 기회 중에 한번만이라도 내가 옆에서 참견을 했더라면,
최악의 결과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아니 오히려 똑똑한 사람일수록
그런 상황에서 평상심을 잃으면 덥석 낚여버리기 쉬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기상황에 몰입되지 않은 주변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거다.
주변사람이 의심되는 통화를 하고 있으면, 나중에 괜한 참견이라고 핀잔을 듣게 되더라도
일단은 '그거 보이스피싱 아냐?'하고 참견을 해 주자.
참견한다고 뭐가 없어지거나 피해를 받는 건 아니지 않나.
그거 잠깐 하는게 귀찮거나 핀잔이 두려워서 적극적으로 참견해주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사기 피해의 피해자 주변인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누가 우체국이나, 경찰청과 수상한 통화를 하고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참견하자.
'그거 보이스피싱 아니에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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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특성상 야근(우리회사는 12시가 넘어야 야근을 쳐준다-_-)이 좀 있는 편이라
할증택시를 이용할 일도 더러 생기게 된다.
오늘도 야근을 하고(휴일출근에 야근이라... 에효)택시를 잡아 탔는데
아저씨가 이상한 쪽으로 가는 거다.
유턴 때문에 반대방향으로 가는 거겠지.. 하고 있었는데 첫번째 교차로를 지나치고
두번째도 1차선을 타지 않길래 혹시나 해서 '아저씨, 어떻게 가실려고...' 그랬더니
아니나다를까, 이아저씨 행선지를 딴 데로 착각하고 있었다.
평소같으면 좀 기분나쁠뻔한 상황이었겠지만,
택시아저씨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길래 괜찮다며 그냥 웃어넘기고 말았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역시 택시운전 시작한 지 두달밖에 안된 신참 택시기사였다.


할증택시를 타다 보면 별의별 택시기사들을 만나게 된다.
대부분은 나도 피곤한 상황이고, 택시기사 아저씨들도 심야운전에 심히 피곤할 테니
별말 없이 목적지까지 가는 경우가 많지만
가끔 입이 심심한 택시아저씨를 만나면 좋건 싫건 떠들면서 가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저번에는 거의 라디오 성우에 가까운 묘기를 보이는 아저씨를 만나서 실컷 웃고 온 적도 있었고
(그 라디오에서 하는 격동 50년인가 하는 라디오 드라마 톤으로 MB풍자를 하는데,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어떨 땐 심히 대한민국 정치판에 불만이 많은 아저씨를 만나서
듣기 곤혹스러울 정도의 MB및 딴나라당 욕을 주구장창 들으면서 집에 와야만 하는 일도 있었다.
저번엔 홍대에서 성수동 가는 택시를 탔는데, 지가 아주 잘나간다고 전국에서 여자 따먹네 마네 하는 자랑 아닌
자랑질을 줄창 해대는 젊은 택시기사를 만난 적도 있었고.

오늘 그 초짜 택시기사 아저씨도 좀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길을 헷갈려하길래 거의 내가 네비게이션 역할을 하면서 가고 있었는데
대충 길을 알 쯤 되자 슬쩍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늦은 밤까지 공부하다 가시나 보다고...
공부가 아니라 일하다가 지금 집에 간다고 대답하자
늦은 밤까지 열심히 일을 한다고.. 대단하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사실 늦은 밤까지 일하는 건 나보다 택시기사가 훨씬 대단하지 않나,
그래서 난 "아유, 기사님이 더 대단하시죠. 심야에 운전하고 다니시느라.."란 조금은 가식(?)적인 대답을 했는데
갑자기 택시기사 아저씨가 한숨을 푹 쉬더니 "다 지은죄가 있어서 이시간까지 이러고 있죠"라고 하는거다.

생각없이 한 말이었는데 한숨을 푹 쉬니깐 난 당황해서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택시기사 아저씨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다 지은 죄가 있어서 택시기사 하는 거에요, 택시운전 하는 사람들 다 왕년엔 잘났느니 마니 하지만
왕년에 못나갔던 놈이 어디 있겠어요. 다 전에 잘못한게 있으니깐 이짓 하고 있는거지..."

그러고 보니, 택시기사들은 아예 평범한 동네 아저씨 스타일 아니면 다 잘난 사람들이었다.
사소한 끼어들기에도 온갖 욕을 퍼부어대며 경적을 울리고
행선지를 이야기하면 그런 돈안되는 가까운 데는 필요없다는 듯 차창을 올려버리는,
그리고 하는 이야기들이라고는 순전 자기자랑 아니면 정치인 욕뿐인
그런 사람들이었다.
물론 그런 사람들만 기억에 남아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다가 만난 오늘 그 '겸손한' 택시기사 아저씨는
그 자세만으로도 나에게 꽤나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그런 택시기사를, 아니 그런 사람 자체를 꽤나 오랜만에 만난 것 같으니까.





아저씨는 목적지에 도착하자 5200원에서 200원을 깎아주며
'이거 오천원도 다 받으면 안되는건데..'라고 되게 미안해 하셨다.
나야 뭐 회사에 교통비를 청구하는 입장이기 때문에(-_-) 어차피 제가 낼 돈 아니니 괜찮아요 하면서
오천원을 드렸고,
왠지 내리면서 뭔가 다른 인사말을 해야 할 것 같아 '안전운전 하세요'란 말을 덧붙이며 택시에서 내렸다.

뭔가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들던 택시기사 아저씨.
택시야 기사를 선택해서 탈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에 다시 그 아저씨를 볼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만약에 택시기사를 선택해서 택시를 탈 수 있다면 오늘 그 아저씨의 택시를 다시 한 번 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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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타일 2009/08/17 04:3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와우.. 지금 택시할증 검색해보니까 이글이 있네요;; ㅋㅋ

    지금 택시타려구요~ 새벽이지만..

    가는길에 글 잘읽고 갑니다^^

요즘 걸어다니는 여자들 중 2/3은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것 같다.
이제는 그냥 '어머님 신발'같은 높이의 힐에서부터
'ㅅㅂ 저걸 신고 어떻게 걸어다니냐'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아찔한 높이의 발바닥이 보일 정도의 빡센 힐까지,
정말 요샌 컨버스 아니면 힐일 정도로 힐 많이 신고 다닌다.

어제,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서 기다리다가
맞은편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한 처자를 보게 되었다.
적당히 들러붙는 스키니진에 힐을 신고 있었는데,
무심결에 물끄러미 바라보다 보니 확실히 엉덩이가 뒤로 좀 빠져있고 무릎 부분은 앞으로 살짝 내밀어
배꼽 아래에서부터 완만한 S라인을 그리고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요새 좀 외롭긴 하지만, 관음증은 아닙니다. 그냥 심심했을 뿐...-_-)

버스가 무지무지 안와서 할일도 없던 차에,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하여
힐이 가져다준다는 자연적인 S라인과 하체 다이어트 효과를 체험해보기로 했다.
내가 신고 있던 신발은 컨버스였으므로 신발을 갈아신어서 체험할 수는 없었고,
버스를 기다리며 서 있는 동안 뒷꿈치를 살짝 들어 체중을 발바닥 앞쪽으로 쏠리게 하는 식으로
하이힐 착용을 간접체험 해볼 수 있었다.

체중을 발바닥 앞쪽으로 싣는 순간, S라인(?)은 바로 완성되었다.
평소에 발뒷꿈치에 체중을 싣고 서 있을 때에는 무릎이 펴질 수 있는 최대한의 각도로 펴져 있어서
다리 모습이 S라기보다는 괄호-->( 의 형상에 가까웠다.
하지만 체중이동 순간 엉덩이가 뒤로 쭉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무릎이 약간 구부러져 앞으로 내밀어지게 되었다.
엉덩이는 뒤로 빠지고 무릎은 앞으로 내밀었으니 S라인 완성-_-

하지만, 문제는 S라인이 아니었다.
물론 나는 단순히 뒷꿈치를 들었을 뿐이었으므로 작은 면적이나마 뒷쪽에 체중을 실을 수 있는 힐과는 다르겠지만,
뒷꿈치를 드는 순간 종아리쪽에 엄청난 근육의 긴장을 느낄 수 있었다.
1분이 경과하자 슬슬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고,
3분이 지나자 나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후들거리고 있었다.
결국 3분 30여초만에 나는 하이힐 간접체험(?)을 중단해야만 했다.


난 3분 하고 힘들어서 다시 체중을 뒷꿈치에 실을 수밖에 없었는데,
몇시간씩 높은 굽의 힐을 신고 돌아다니는 대한민국 여성들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힐 신고 다니면 힘들어서라도 살빠지겠다란 생각이 들더라.


대한민국 여성들, 화이팅.
앞으로도 계속 온 체력을 다해 美의 화신이 되어 주시길.

posted by drunke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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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tyleamy.tistory.com 에이미 2009/05/14 16:1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와우 대단하세요^^
    그르게요 요즘 어린 애들까지 힐사랑에 빠져서...
    힐 잘못 신으면 발에 변형오고 허리에도 안 좋은데...
    특히 자라는 나이라서 힐 신고 또깍또깍 다니다간 발이 ET 발 됩니다 ㅋㅋㅋ

    • Favicon of http://drunkenstein.pe.kr drunkenstein 2009/05/16 15:43  address  modify / delete

      힐 신고 다니는 주변사람들 보니깐
      쉴땐 의자 아래에서 슬쩍 벗어놓고 발을 쉬게 하고 있더라구요.
      그런거보면 확실히 발에는 안좋은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